포럼

오늘 올라온 이 애드온을 보니 드디어 한국에서도 광고, 광고차단, 광고차단방지, 광고차단방지차단의 군비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애드온에 사용된 라이브러리의 적나라한 이름에서 보다시피, 해외에서는 이미 이 군비경쟁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뭐든지 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편 네편 가르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갈등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여기서는 그냥 광고에 대한 제 생각을 좀 적어보려고 해요. 다른 의견이 있는 분도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시지 말고 점잖게 댓글을 남겨주시면 좋은 토론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서 임의로 광고를 차단하는것은, 웹사이트의 서버 자원을 무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 이런 접근 방식에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네요. 애초에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사람은 웹사이트 주인이거든요.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말이죠...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딱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트에서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세일을 한다고 해도, 소비자가 일부러 세일 품목 이외의 물건을 사줄 의무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만약 점장이 고객을 붙잡고 "이봐, 치사하게 세일 품목만 사가면 안되지~ 이윤이 많이 남는 상품을 몇 개 더 사지 않으면 가게에서 쫓아내겠어" 이렇게 나온다면 당장 SNS에서 난리가 나겠죠?

 

또다른 예를 들자면 인터넷에서 알집이나 KMP 같은 무료 어플을 다운받으면 항상 잔뜩 딸려오는 광고 프로그램이나 ○○툴바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자는 이런 것들과 제휴하고 광고비를 받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 사이트에 드나드는 컴퓨터 전문가 여러분들 중에 그런 툴바들을 다 까는 사람이 얼마나 되시나요? 설치 도중에 꼼꼼히 체크해서 원치 않는 툴바가 깔리지 않도록 하시잖아요? 그러면서 혹시 양심의 가책을 느끼시나요? 웹사이트의 광고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은 광고 외에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다는 거죠.

 

웹상의 광고라는 것은 일종의 끼워팔기 전략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컨텐츠에 광고를 묶어서, 컨텐츠를 소비하려면 광고도 함께 소비하도록 해 놓았어요. 문제는 모든 컨텐츠가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렌더링되는 웹의 특성상, 사용자가 맘대로 가위질을 해서 컨텐츠는 소비하고 광고는 버리더라도 막기가 어려워요. 마트에서 허니버터칩과 다른 과자를 묶어 파는데 테이프를 잘라서 허니버터칩만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막을 수 있겠지만, 일단 구입한 후에 자기 집에서 테이프를 자른다고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오히려 자기 집, 자기 컴퓨터에서 무슨 짓을 하든 사용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도 있겠죠.

 

대형마트의 과자 끼워팔기와 마찬가지로, 광고 끼워팔기는 오프라인의 신문, 잡지, TV 등에서는 오랫동안 잘 통해온 전략이지만 웹에서는 그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위키백과의 등장으로 존폐 위기에 처한 백과사전 출판 업계, USB 메모리 스틱의 등장으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공씨디 제조업계와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언젠가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업종인 거죠.

 

광고차단 모듈 개발이 어렵던 사파리 브라우저도 다음 버전부터는 광고차단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MS의 엣지(프로젝트 스파르탄) 브라우저도 광고차단 모듈과 쉽게 연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세는 이미 기울었어요. 컴퓨터 사용자들은 더이상 웹사이트가 던져주는 HTML, CSS, JS, 플래시 등의 컨텐츠를 그대로 받아먹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Readability처럼 원하는 부분만 쏙 빼먹는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해외에서는 애플과 MS가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일부러 광고차단을 권장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구글은 광고수익에 의존하지만, 애플과 MS는 광고가 없어도 영업에 그다지 지장이 없으니까요.

 

이런 대기업들의 행보에,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중소규모 사이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서 다른 수익모델을 찾는 것만이 해결책입니다. 여전히 광고에 의존한다는 것은 브라운관 공장 사장님이 제발 LED 모니터 쓰지 말고 자기네 물건 좀 사달라고 눈물공세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 공장 사장님이 안쓰러운 건 사실이니까... 참 어렵습니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가장 짜증나는 것은 광고를 표시하고, 그 광고를 차단하고, 그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감지해서 또 차단하는 일련의 스크립트들이 결국은 내 컴퓨터를 더 느리게 만드는 결과밖에 낳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dBlock이 메모리를 엄청나게 잡아먹는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요... 그런데 AdBlock을 차단하는 XE 애드온은 모달창 하나 보여주자고 jQuery UI를 통째로 로딩하네요. 차단에 차단을 거듭할수록 브라우저의 메모리 사용량은 가을하늘처럼 점점 높아져만 가고... ㅠㅠ

 

한동안 안 쓰던 NoScript 확장 기능을 다시 깔아버릴까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입니다. 아예 스크립트 실행을 금지해 버리면 광고도 로딩되지 않고, 광고차단도 되지 않고, 그걸 감지하는 스크립트도 실행되지 않을 테니까요. 다행히 XE의 게시판 모듈은 웹표준과 웹접근성 기준을 대부분 준수하기 때문에, XE로 만든 사이트들은 스크립트가 없어도 컨텐츠를 보는 데 별 지장이 없더군요 ㅋ

 

대체 누구를 위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광고를 로딩하고, 차단하고, 차단을 차단하고, 그 차단을 또 차단하는 군비경쟁을 하고 있는 건지, 오늘 같은 날은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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