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XEHub 세번째 방문기...
2015.08.27 14:18
어제 오픈세미나 초반에 몇몇 커뮤니티개발자분들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해하셨다면... 그건 제 탓입니다.
세미나와는 무관한 질문을 드리느라고 그분들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거든요.
원래는 좀더 일찍 가거나 나중에 뵈려고 했는데... 서울의 교통체증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ㅠㅠ
일정이 줄줄이 밀려버려서 좀 늦게 들어갔네요.
평소 XE 프로젝트 운영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많았고
커뮤니티에서 종종 나오는 불만섞인 얘기들을 보며 의아했던 점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는 궁금증도 풀리고,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점도 바로잡게 되었으니
반차 내고 왕복 7시간 거리를 다녀온 보람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말보다는 글이 편하고 글보다는 코드가 편한 사람이라 표현력이 서툴러서
종종 생뚱맞은 질문이나 뉘앙스 조절 실패로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하고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기자처럼 개발팀을 인터뷰하러 찾아간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질문도 많았기 때문에
"이렇다고 하시더라"라는 식으로 낱낱이 공개하기보다는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본 전체적인 소감만 공유하려고 합니다.
하나.
그동안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XE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네이버를 끌어들여서
"네이버의 정책은 이러니까..." 아니면 "네이버의 이익 때문에..." 이런 식으로 지레짐작하는 일이 잦았는데,
XE 개발팀은 네이버의 꼭두각시도 아니고 네이버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도 아니며
나름의 소신과 독립성을 가지고 XE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그게 당연한 건데, 대기업의 이름이 나오면 은근 기대와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의 판단이 항상 옳을 수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 실수가 꼭 네이버 탓이거나 네이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므로
전면에 부각되는 회사의 이미지보다는 항상 그 뒤에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려고 노력하고,
앞으로는 저도 XE를 얘기하면서 불필요하게 네이버를 운운하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합니다.
방금 이 문단에서도 너무 많이 언급했네요. (머릿속에서 네이버를 지우기 위해 다음카카오!를 몇 번 외쳐보아요 ㅋㅋ)
둘.
소문만 무성한 XE3와 관련해서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와 서드파티 개발자분들은
지나친 기대를 품을 필요도,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XE1 기반으로 멋지게 만들고, 사고, 팔고, 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XE3 나오면 어쩌나 하고 괜히 마음졸이거나 벌써부터 포팅 걱정하지 마시고요.
사용자가 남아있는 한, 오픈소스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습니다.
XE1도 개발속도가 다소 더뎌지긴 했지만 여전히 개발팀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고,
제한된 시간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나중에 개발팀의 여건이 정 안된다면 몇몇 뜻있는 분들이 모여서
서드파티 코어 fork를 만들어가는 것도 전례가 전혀 없는 일은 아니니까요.
지금도 XE 1.5에 계속 보안패치를 해주고 계신 분이 계십니다. 자료실 가보세요. 존경스럽습니다.
셋.
제가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개발팀이 지향하는 것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약간의 언쟁이 있었던 부분은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제 주장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을 만큼 사소한 생각의 차이 또는 취향의 차이에 불과했던 부분이고요...
오히려 그것보다는 좀더 깊은 레벨에서 (이념이라고 해야 할지 세계관이라고 해야 할지)
X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향하는 바가 근본적으로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것도 꼭 제가 옳고 다른 분이 틀리다고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제 입장은 제 배경과 분야와 경험(또는 경험부족)의 산물일 것이고,
마찬가지로 XE팀(또는 리더님 개인)의 입장도 사람과 오픈소스와 프로젝트 운영에 대한
다년간의 경험과 타협의 결과일 것이므로
"그래, 충분히 저렇게 생각하실 만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드리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서로의 의도와 실력을 의심하거나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어떻게 협업이 가능하겠습니까?
반면, 세계관의 차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절묘한 제안 하나를 받아들이거나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
쉽게 다리를 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히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저는 그냥 서드파티 자료 몇 개 배포하고 종종 당혹스러운 PR이나 던져넣곤 하는 한 네티즌에 불과하지만,
과연 앞으로는 어떤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XE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리고 오픈 웹의 미래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 될지...
충돌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제가 작성하는 코드 한 줄 한 줄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깊은 고민과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아야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자유 소프트웨어(또는 오픈소스)란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이상과 냉정한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하고 어떻게 웹사이트를 운영해야 할지...
두통약을 좀 드시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그런 분들이 많아져야 자유 소프트웨어가 성장하고 웹이 발전하며 사람에게 이로운 기술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추신.
세미나는 중간에 들어가는 바람에 findstar님의 발표 뒷부분밖에 듣지 못했지만
업그레이드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면서도 기존 버전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시고
short tag나 PHP4 방식의 constructor처럼 "없어진다더라"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주곤 하는 부분들도 분명히 바로잡아 주시는 등...
균형이 잘 잡힌 내용이어서 좋았습니다.
이상, 요새 마늘값이 너무 비싸서 사람이 되지 못하고 있는
설악산 곰탱이의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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