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또다시 "커뮤니티"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네요. 게시판 구조가 지금처럼 정리된 후 분기마다 한 번씩은 꼭 일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XE에서 자유게시판 성격의 공간을 운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웹 프로그래머들이 아무 주제나 놓고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사이트는 다른 곳에도 많이 있으니까요.

각자가 만든 코드 쪼가리(?)들을 올려놓고 이러쿵저러쿵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합니다. 공홈의 자료실은 완성된 형태의 모듈, 애드온, 레이아웃 등만 올릴 수 있고, 깃허브에서도 PR이라는 형태로 올라가다 보니 마치 당장이라도 코어에 반영해 달라는 인상을 주어서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몇몇 분들은 그냥 자신이 개발한 자료를 이 포럼에 첨부파일로 올리는 것도 봤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떻게 보면 권장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칫하면 ○○보드 공식사이트의 플러그인 자료실처럼 코어를 마개조하는 난리통이 되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가능하면 코어는 건드리지 않고 별도의 모듈, 애드온, 레이아웃 등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XE의 구조로 보아, 제로보드 시절처럼 마개조한 코드를 마구 공유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추가 기능 개발자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애초부터 XE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네이버에서 지원받는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게시판을 일부러 축소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커뮤니티 운영해 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이게 겉으로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사실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거든요.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자원을 줄이는 대신 XE 차기버전 개발, 신속한 보안패치 작성, 세미나 등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붇고 싶다면 그것은 운영진의 자유입니다. 우리도 알게 모르게 그 덕을 보고 있고요.

 

다만 늘 안타까운 것은 소통의 부족입니다.

 

다른 글에서 운영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반드시 화기애애(?)한 커뮤니티가 따라붙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운영자님이 다소 사무적이고 엄격하게 운영하고 싶으면 그만이죠.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원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라면 사용자들과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이라는 것이 사용자들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성공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는 항상 강력한 리더십이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고,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그 결정을 지켜나갈 리더십이 필요하죠.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리더는 자신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변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냥 그렇게 결정했으니 믿어 달라거나, 이유는 밝힐 수 없다거나,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리더로서 신뢰를 얻기 힘듭니다.

이건 정치인이나 기업인이나 연예인이나 오픈소스 프로젝트 리더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XEHub, XECon 등 오프라인에서 설명하겠다는 운영자님의 입장이 여러 사용자들에게 불편하게 들리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온라인보다는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오해의 소지도 적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보기에 "오프라인 = 비공개"입니다. 굳이 삐딱하게 해석한다면 "공개적으로 밝히기 곤란한 사연이 있어서 비공개적으로 따로 얘기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도 있는 거죠.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온라인상의 소통에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아예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입니다.

보통 회사들도 자기네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거나 고객들의 항의가 있으면 홍보 또는 고객지원 부서에서 짤막하게나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래도 합리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무시하면 그만이고요. 그런데 XE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오프라인(=비공개)에는 리더가 계시지만, 공개적으로(=온라인에서) 그 리더십을 발휘하시질 않습니다. 지난번 공모전의 심사 기준을 둘러싸고 일부 사용자들이 제기한 합리적인 불만도 끝내 흐지부지되거나 오프라인(=비공개)에서 해결을 본 것 같습니다. 계속 이런 상태라면 일부의 개인적인 불만만 해소될 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제 또 문제가 생길지 모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대응도 제3자가 보기에는 매우 안 좋습니다. 다른 글에서 운영자님이 node.js와 io.js의 예를 들면서 XE의 운영방식이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fork하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위험천만한 발상입니다. node.js의 경우에는 원래 개발사인 Joyent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품은 개발자들이 io.js로 가지쳐서 나가 버려서, 결국 Joyent가 node.js의 소유권을 포기하고 io.js 쪽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재단법인으로 넘겨 버렸습니다. 쿠데타를 당한 거죠.

io.js 쿠데타의 가장 큰 이유는 Joyent의 총체적인 소통 부족에 있었습니다. 개발자들의 불만이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왜 대응할 형편이 못 되었는지, 그러면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도 전혀 밝히지 않고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정도라도 투명하게 밝혀 주었다면 대부분의 합리적인 사람들은 이해하고 기다려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MySQL과 MariaDB, OpenOffice와 LibreOffice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라클사에서는 MySQL이나 OpenOffice의 라이선스를 바꾼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라클을 버리고 fork를 선택한 것은 라이선스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였지요. 오라클의 리더십을 신뢰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한 것입니다.

제발 운영자님의 "io.js처럼 fork하세요"라는 댓글이 "우리는 Joyent처럼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그렇게 읽힌다면 진짜 소름끼치거든요.

 

정리하자면

1. 온라인상에서 자유게시판 또는 그와 비슷한 성격의 공간을 운영하지 않으신다는 결정은 100% 존중합니다.

2. 그러나 그렇다고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불만이나 질문에 줄곧 "오프라인에서 얘기합시다"라는 반응으로 일관하시지는 말아 주세요. 자유게시판은 없어도 되지만 신뢰받는 리더십이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추신

3. XEHub가 좋긴 좋더군요 ^^ 기회가 된다면 지난번처럼 빵 한봉지 사들고 또 찾아갈게요. 지난번엔 리더님이 안 계셔서 섭섭했어요.

4. 위의 내용은 운영자님들을 만나면 꼭 부탁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오해와 실례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이렇게 온라인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본문의 내용에서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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