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지윅 에디터의 다음 세대가 Markdown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서로 엄연히 다른 용도가 있거든요.

위지윅 에디터는 HTML이 뭔지도 모르는 아주 평범한 사용자들이 온라인상에 글을 쓰기에 가장 편리한 방법입니다. 어느 학교나 사무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를 닮았거든요. 글씨를 진하게 쓰기 위해 **기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그냥 굵은 글씨가 그려져 있는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지 삽입이나 링크 삽입도 마찬가지고요.

Markdown은 글을 쓰기에 최적화된 마크업 언어입니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느 정도의 구조와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죠. 그래서 노트 앱이나 전문적인 글쓰기 환경에 가장 적합합니다. 그러나 Markdown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상당히 많은 기호들을 외워야 하죠. 10년째 Markdown을 사용하고 있는 reddit 커뮤니티에서도 여전히 [링크](문법을) 외우지 못하거나, 줄바꿈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_이탤릭_ 문법을 잘못 사용해 곤란을 겪는 사용자들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위의 스크린샷을 봐도 HTML이 그대로 노출되는 곳이 있습니다. 간단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아이콘들도 있지만, 그렇게 입력한 기호를 실수로 잘못 건드린다면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우리 같은 프로그래머들이 선호하는 단순한 계층형 문서 구조를 벗어나서 조금이라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해보려고 하면 그냥 HTML을 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의 그림은 한 문단을 통째 차지하지 않고 글씨가 그림을 피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글씨가 그림에 너무 바짝 붙지 않도록 10px 여백을 주었고요. 님의 사이트가 아니니까 CSS를 건드릴 수는 없다고 가정하고, Markdown 문법만으로 이렇게 해보세요 ^^

제 생각엔 Markdown으로 글을 쓰는 옵션도 있으면 좋겠지만, 위지윅 에디터도 꼭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